意識

[스크랩] 행복한 인생을 가르치는 독일 전인교육

강남한 2014. 5. 16. 14:36

행복한 인생을 가르치는 독일 전인교육(Bildung)

한국에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다. 교육이 출세를 위한 수단이 되면서 벌어진 웃을 수 없는 농담이다. 이제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을 담당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성공한 직장인이 아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회인을 키우기 위해 한국 사회가 다시 교육을 고민할 때이다. 그 해답을 ‘독일’에서 찾아보기 위해 ‘독일 전문가’가 나섰다.

“엄마가 자꾸 아버지같이 의사나, 혹은 할아버지같이 판사가 되라고 강요해요. 나는 축구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면서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 주나>에 나오는 대사다. 엄마와 아들이 진로를 두고 싸우는 장면이다. 한국의 많은 부모와 학교는 자녀나 학생의 소질이나 적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세속적인 출세에 교육의 목표를 둔 부모의 욕심이 자녀의 미래를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선행 학습으로 교실은 잠자는 공간으로 전락했고, 사설학원이 입시를 담당한다. 게다가 학교 공간은 학교폭력, 왕따, 세계 최고 자살률 등으로 ‘교육 지옥’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또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입시 전쟁,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대학등록금 등 그야말로 천민자본주의 사회다. ‘빈익빈 부익부’로 사회양극화는 심화되고, 이는 교육 현실로 이어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은 교육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 전쟁은 학교를 ‘교육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치열한 입시 전쟁은 학교를 ‘교육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행복한 인생을 가르치는 독일의 ‘4()’ 교육

세계 선진국의 교육 현장이 모두 이 같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선진국이 있다. 독일이다. 학교폭력, 사교육비, 입시지옥, 대학등록금 걱정이 없다. 즉 ‘4()’의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의 중심국가로서 평화통일,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낮은 실업률, 경상수지 1등 국가로 그야말로 독야청청을 하고 있다. 또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힘은 교육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훈육이다. 한국말로 교육에 해당되는 독일어는 두 단어가 있다. Erziehung’과 ‘Bildung’이다. 전자는 계몽식의 가르치는 교육을, 후자는 스스로 깨달아가는 교양인 되기, 즉 전인교육을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에 근거한 말이다.

오늘날 한국과 독일의 자녀에 대한 교육 철학을 비교하면 많이 다른 것 같다. 한국의 교육이 돈과 권력을 향해 출세가도를 달리는 것이라면, 독일에서의 교육은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독일은 ‘현대화’ 혹은 ‘역사의 진보’라는 이름으로 가장 나쁜 정치체제인 ‘나치즘’과 ‘공산주의’를 경험했다. 인권이 말살당하고 개인의 행복은 설 땅이 없었다. 이념과 권력만을 추구한 나쁜 정권이었다. 전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성찰했고, 이같은 정신을 교육 현장에서 담아냈다.
물론 교육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치 리더들의 목표도 있었다.
“독일은 자원강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재강국으로 가야한다. 우리는 국민의 두뇌에서 나오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있다.독일의 불만(Buhlmann) 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많은 리더들이 이같이 말한다.
독일은 돈이 없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거나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을 포기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등록금이 없는데다가 서민층 대학생에게 생활장학금(바펙: BAFOG)을 주는 등 교육복지가 잘 구축된 나라다. 교육에 대한 기회균등을 제도로 정착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고등학생 중 대학진학률은 34%, 한때 80%까지 치솟았던 한국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의 길이 있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인생, 다양한 교육 씨스템

어떤 인생이 행복한가? 하나의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양한 인생을 산다. 직종 역시 다양하다. 한국에 등록된 직업 종류가 약 1 2,000여 개, 독일은 2만 개, 미국은 3만 개가 넘는다. 그렇지만 한국 부모들은 검사, 의사, 기자 등 10개 직종 밖에 모른다는 통계가 있다. 인간 생태계의 다양성을 외면한다. 다양한 인생진로를 위해 다양한 교육 씨스템이 필요하다.
독일의 교육 씨스템은 이에 부응하고 있다.
개인적성과 소질에 맞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가 교육한다. 독일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 이원적 직업 교육 씨스템(duale Ausbildungssystem)’이 있다. 학교와 기업이 합심해서 청소년들에게 현장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2012년에는 기업들이 청소년들에게 약 55만 개의 실습자리를 제공했다. 이 학생들은 월 400유로에서 1,200유로까지 수당을 받는다.

독일에서 행복한 인생의 또 하나의 기회는 마이스터(Meister, 장인)이 되는 방법이다. 독일 하노버에 사는 30년 경력의 굴뚝청소 마이스터인 게르하르트 뮐러 씨에 이어 아들 필립 역시 굴뚝 마이스터의 길을 가고 있다. 아버지에게 “왜 어렵고 더러운 일을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굴뚝 마이스터보다 더 소중한 일이 어디 있나요? 아들이 가길 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굴뚝청소 마이스터의 인기가 높다.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맥주 한잔을 선물 받는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직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마이스터 교육은 기능공 훈련이 아니라 인생 훈육을 받는다. 사회의 리더를 키워가는 전인교육이다.
2012
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회원국 34개국을 포함한 65개국 만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PISA: Program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조사 중 읽기와 수학 부문에서 한국은 각각 세계 5위를, 독일은 16위와 1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면 한국과 독일의 경쟁력은 60 vs 80으로 역전된다. 독일을 탐방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적이다.
기업경쟁력에선 더욱 심하다. 단일품목에서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중견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부르는데, 세계 약 1500개 히든 챔피언 중 독일이 약 1350개를 차지하고 한국의 히든 챔피언은 23개뿐이다. 고등학생 때는 한국학생이 더 우수하지만, 대학생부터 직장에서 독일이 더 뛰어난 원동력은 무엇일까? 즐거운 인생 공부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회의 전형이다.

독일의 ‘이원적 직업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현장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의 ‘이원적 직업 교육 씨스템’은 학생들에게 현장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충분한 휴식으로 창의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완성할 수 있다는 철학

또 독일은 휴가가 가장 긴 나라다. 신입 사원의 법정휴가 기간이 24일부터 시작한다. 노동 시간이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오죽하면 미국 하버드 법대를 나온 어떤 변호사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Were you born on the wrong continent?>라는 베스트쎌러를 출간했다. 독일 휴가제도를 중심으로 유로피언 드림을 담은 내용이다. 휴가가 많은 이유는 인간 창의성과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다. 충분한 휴식과 명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독일은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독일이 강하고 행복한 사회의 비결이다.
필자는 지난 30년 간 독일과 인연을 맺었다. 1983년부터 10년간 본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으로, 중앙일보 기자와 연구원과 교수 등의 인연으로 약 30년간 독일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독일을 비교하는 책인 <넥스트 코리아 - 우리들이 꿈꾸는 나라>, <넥스트 이코노미 - 경제민주화로 부흥한 독일>을 출간했다. 이후 <넥스트 리더십 - 나라 경영의 영웅 : 독일 총리와 한국 대통령 이야기>가 출간될 예정이다.
필자가 여러 집필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Beyond German, 독일 뛰어넘기 프로젝트다. 한국 사회에 독일 붐이 불 정도로 반응도 컸다. 이후 MBC, 국민일보, 한겨레 등 많은 언론들이 독일 특집을 쏟아냈다. 기업과 정치권은 물론 심지어는 교회에서까지 특강요청이 들어온다. 이후 여러 분들이 한국과 독일의 교육에 대해 비교하는 글을 집필하길 권유했다. 독일 학생은 한국학생보다 덜 공부하는데 왜 더 경쟁력이 있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비결을 씨리즈로 연재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옮긴 글


출처 : 소담 엔카
글쓴이 : 주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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