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退溪先生 며느리 改嫁하다.♥
퇴계선생의 맏아들이 2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한창 젊은 나이의 맏며느리는 자식도 없는
과부가 되었다.
퇴계 선생은 홀로된 며느리가 걱정 이었다.
"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 ? "
그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
한밤중이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집안을 순찰
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밤,
집안을 둘러보던 퇴계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 습니다.
순간 퇴계 선생은 얼어 붙는 것 같았습니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며느리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모양의 인형과 마주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형은 바로 남편의 모습이었다. 인형 앞의
잔에 술을 가득 채운 며느리는 말했습니다.
"여 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
이었습니다.
남편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
한밤중에 잠못 이루고 흐느끼는 며느리...
퇴계 선생은 생각 했습니다.
" 윤리는 무엇이고 도덕은 무엇이냐 ?
젊은 저 아이를 수절시켜야 하다니..."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
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
여기에 인간이 구속 되어서는 안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이튿날 퇴계 선생은 사돈을 불러 결론만
말했습니다.
" 자 네, 딸을 데려가게."
" 내 딸이 무엇을 잘 못 했는가 ? "
" 잘 못한 것 없네. 무조건 데려가게. "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던 두 사람 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람의 친구 사이마저 절연 하는 것이기
때문에 퇴계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 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 안 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일인가 ? "
" 나는 할말이없네. 자네 딸이 내 며느리
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
이렇게 퇴계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보냈습니다.
몇 년후 퇴계선생은 한양으로 올라 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날이저물기 시작 했으므로 한 집을 택
하여 하룻밤을 머물렀 습니다.
" 이 집 주인도 나와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라온 것입니다.
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토록 음식들이 입에 맞을까 ?
"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 "
그리고 퇴계선생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막 떠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에 신으시라' 며
주었습니다.
신어보니 퇴계선생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 아 !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
퇴계선생은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 이었습니다.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改嫁 시켰습니다.
이 일을 놓고 유가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퇴계선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선비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또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 퇴계선생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윤리를 깨뜨리 면서까지 윤리를 지키셨다." 고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러한 분들이
훌륭한 이 나라의 선구자가 아닌지요 ?
- 옮긴자료 / 글슨이 미상 -
** 재구성 / 백구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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