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한숨소리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고,
쏜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 가지 않는다. 한탄이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 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천진난만 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 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 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했든 들 무엇 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 까지가 멀고도 험 하였으리 종착역
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외롭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일지도 모른다. 몸은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괴로움만 더 하더이다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 가분
모진 비바람도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마음으로
모셔온 글
항상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팔마산) |